구에게나 Unsolved business는 괴로운 법이다. 군 복무로 청춘의 허리가 잘려나가며, 전원부만 완성된 채 몇년간 방치되었던 알레프 미니 헤드폰 앰프를 올 초에야 완성하였다. 만들기 시작한지 5년만의 일이다.

스 공구 버전의 알레프 미니는, Pass Laboratories의 대표인 Nelson Pass옹의 대표작인 Aleph3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방열판 덩어리 같은 투박한 디자인에 Class-A라지만 30W 출력에 불과한 주제에 1998년 기준 2,250달러라는 가격표를 달고 팔렸던 이단아 같은 녀석이다. 양보다는 질, 복잡함보다는 단순함, 무엇보다 Pass의 "The first watt is the most important watt."라는 신념이 그대로 담긴 앰프가 아닌가 한다.

Nelson Pass는 최소한의 소자를 우아함이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회로를 통해 고성능으로 최적화시키는 특유의 스타일로 오디오파일 뿐만 아니라 앰프 자작씬에서도 수많은 추종자들로부터 추앙 받고 있다.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 것이다.

마크 레빈슨, 제프 롤렌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앰프 개발자이면서도 스스로 자작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고 diyaudio와 같은 유명 자작 포럼에 수시로 출몰하여 의견을 나누기도 하는 호감형 캐릭이기도 하다. 나도 이 사람같은 느낌으로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든달까. 이 사람의 앰프 역시 설계자의 성품처럼 정확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은소리를 내어 준다.


래 태생이 30W급 파워앰프인 오리지널의 전원부는 대용량 평활콘덴서와 초크만으로 비정전압 직류를 공급한다. 하지만, 알레프 미니는 노이즈에 더 민감한 헤드폰 앰프인 점을 고려하여 정전압을 공급한다는 점이 다르다. 패스옹이 즐겨 쓰는 수법ㅡ충분한 용량의 평활콘덴서와 제너다이오드로 전압을 강압하여 깨끗한 전원을 얻는 방식ㅡ으로 전원부가 구성되었으면 조금 더 내 취향이었겠지만.


어쨌든 전원부 평활캡 용량이 저임피던스 콘덴서로만 무려 3,200uF x 18개 = 57,600uF에 달한다. 레일당 23,100uF, 도합 46,200uF가 평활에 할당되어 있다. 전원리플 평활성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레귤레이터 다음에는 양전원 레일 별로 두 가지 다른 용량의 저임피던스 전해 조합으로 6,700uF, 필름 조합으로 1.1uF가 사용되었다. 전원부의 출력 임피던스가 매우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만든 헤드폰 앰프 중, 폐활량이 가장 큰 녀석이 아닐까 싶다. 


150VA급 22-0-22Vac 양파(兩波) 트랜스포머가 사용되었다. 그렇다. 이 녀석은 헤드폰 앰프의 탈을 쓴 소출력 파워앰프다. 지금까지 만든 헤드폰 앰프 중 가장 강력한 심장을 지녔다. 정류 과정에서의 전압강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듀얼 쇼트키 다이오드를 사용했다. 최대 3A까지 출력 가능한 양전원용 LT1085/LT1033 정전압 레귤레이터 페어를 사용해 ±15Vdc를 공급한다. 


오리지널 Aleph 3는 채널 별로 IRFP244 complementary pair를 2조씩 쓰고 있지만, 헤드폰 출력에 맞게 1조로 간소화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전원부 덕에 음압효율이 높은 스피커는 여전히 충분히 울릴 수 있는 파워를 보여준다.

오리지널 Aleph 3는 채널당 300W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여 30W 출력을 내는데, 100W 트랜스 하나를 사용하는 Aleph-mini는 전원부가 10W 가량은 버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판 중인 헤드폰 중 가장 울리기 어렵다는 HE-6 구동에도 넘치는 성능이고, 음압 높은 스피커 역시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이다. 때문에, 헤드폰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케이스에 스피커 연결 단자가 달려 있다. 

정전압 레귤레이터와 출력석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는데, 모두 두터운 알루미늄 케이스를 통해 방열이 이뤄지도록 제작되었다.


작 전반에 대해서는 하스 루시엘님께서 블로그에 올리신 자작기가 거의 메뉴얼 수준이므로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듯 하다. 다만 본 앰프 제작에 있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 페어 매칭에 관해 언급해보여 한다.


남아 도는 페놀기판에 허접한 매칭용 지그를 만들어서 페어매칭을 실시했다. 다만, 앰프 전원부에서 15Vdc 빼기가 귀찮아서 그냥 12Vdc 정전압 아답터로 매칭하였다. (어딘가에서 전압 차이가 다소 있어도 실제 IRF9610 매칭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경험담을 읽어서..)

IRF9610은 최근에는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IR사 오리지널인데, 역시 먼저 만든 분들의 자작기에서 본 것과 같이 생산 LOT 번호가 이어져 있는 녀석들이 짝이 되었다. 반면 IRFP244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 IRF9610은 10개, IRFP244는 8개로 매칭에 들어갔다.

IRF9610의 경우, 해외에선 0.1mV까지 매칭한 경우도 보았으나, 이는 파워앰프로 사용할 경우의 기준이고 임피던스가 40~600옴 사이로 훨씬 높은 헤드폰의 경우는 0.001V=1mV까지 측정하여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패스옹 역시 10mV면 된다고 언급 바도 있으니, 파워앰프용도 10mV까지 맞춰도 무방하다면, 헤드폰앰프는 그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12Vdc, 800옴으로 매칭 실시해서 좌측 채널은 (M1L=3.766V, M2R=3.767V, M3L=3.745V)의 조합을 사용하였다. 우측 채널은 같은 조건으로 (M1R=3.757V, M2R=3.754V, M3R=3.740V)조합을 사용하였다.

다른 이들의 자작기를 보면, 페어매칭이 별 소용없다는 의견과 열결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통상 기판에 소켓처리를 한 후, 실제 DC값이 최소화되는 조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페어매칭 후 열결합만 확실히 한다면 출력 DC가 최소화될 거라고 보고 위 조합으로 한번에 납땜하였다.

열결합은 기판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 차동입력단에 사용되는 IRF9610 한쪽의 다리를 사진과 같이 꼬은 후, 절연 및 열결합하였다. 방열핀용 서포트는 M2R/L쪽에 위치하도록 하였다. 절연은 운모판에 써멀구리스 및 플라스팅 부싱을 사용하였다.


IRFP244는 0.1V 단위까지만 맞추면 된다고 하던데, 페어매칭 결과 그보다 훨씬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12Vdc에 22옴/5W 시멘트권선저항ㅡ맞는 권선저항 저항값이 없어서.. 그러나 이 역시 크게 관계 없다는 경험담을 읽어서 강행;;;ㅡ에 방열판 붙이고 페어매칭을 실시하였다. 좌측 채널은 (4.123V, 4.125V), 우측 채널은 (4.132V, 4.131V) 조합을 사용하였다.

방열은 역시 운모판에 써멀구리스를 사용했고, 플라스틱 부싱으로 IRFP244의 플라스틱케이스 손상을 방지하였다.

한편 이 앰프는 전원 인가 직후 헤드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수준의 DC offset이 출력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때문에 출력지연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전원 인가 후 12초가 지나야 출력이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DC offset은 양 채널 온도에 따라 -9mV 내외를 오가는 결과를 보여준다. 헤드폰앰프계의 Guru인 Dr. Kevin Gilmore의 경우 32옴 헤드폰 기준으로 120mV 이하로 맞춘다니 충분히 낮은 수치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0mV쪽으로 움직이고 낮아지면 내려간다. 봄/가을 실온에서 저 범위 내에 들었으며, 여름이나 겨울에도 0mV~-20mV 구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기대된다.

널당 200mA의 Class A 바이어싱으로 IRFP244를 구동하고 있다. (무식한 양이다.) 역시 발열이 상당하지만,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가공된 케이스가 그 자체로 방열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리는 없다. 옆판과 하판 사이에 서멀구리스로 방열을 강화했지만 발열이 상당하여 코르크를 이용해서 트랜스를 3점 공중부양하였다. 코르크는 널린게 와인 마개니 구하기 힘들지는 않았다. 빡세게 굴리려면 트랜스 공중부양은 필수가 아닌가 한다. 

±15Vdc의 매우 튼실한 양전원을 사용하여 600옴 헤드폰 구동에도 충분한 헤드룸을 확보하였고, 충분한 Class A 바이어싱으로 어떤 다이내믹 헤드폰 구동 상황에도 Class A로 작동하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바이어싱을 300mA까지 올려봤지만, 헤드폰 구동에는 별 의미가 없어 다시 낮췄다. 지금 상태로도 차고 넘치는 양이다. 

(2014. 6. 5. 추가: HifiMAN HE-6 구동을 염두에 두고 310mA로 올려서 사용하고 있다. 트랜스는 단열재를 이용해 케이스와 열적으로 차단되도록 하였다. 6개월 이상 여름과 겨울 모두 겪어봤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

Nelson Pass씨의 경우, 실제로 음악을 듣는 음량에 필요한 전류량의 약 10배 정도의 바이어스를 걸어준다고 한다. 바이어스는 많이 걸면 걸 수록 소자가 더 선형적으로 작동한다는 이유이다. 통상 100dBSPL이라고 하면, HE-6 기준으로 1.49Vrms에 29.89mA가 된다. 여기 10배면 대략 300mA니 충분하다. 

참고로 100dbSPL이면 15분 이상 노출을 피하라는게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 권고사항이다. 정부의 안전규제에 따라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이어폰으로 재생될 수 있는 최대 음량이기도 하다.)

출력임피던스는 아직 직접 실측해보지 못했는데, 헤드폰단과 스피커단 모두 0.1옴@1kHz, 0.12옴@20kHz로 알려져있다. 태생이 파워앰프라 출력 임피던스가 낮을 수 밖에 없다. 헤드폰의 경우 낮은 출력 임피던스는 헤드폰이 가진 통칭 임피던스 그대로의 재생에 도움이 된다. (추가사항: 2012. 9. 4. 출력임피던스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헤드폰 앰프는 일단 출력 저항을 생략하여 출력 임피던스를 최대한 낮게 제작하고, 헤드폰 별로 저항 아답터를 이용하여 음색을 튜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헤드폰 임피던스 곡선에 따라 출력 저항을 더하는 것이 오히려 오디오 대역에 걸친 플랫한 재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꼭 플랫한 재생이 아니라도 자기 취향에 따른 음 튜닝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헤드폰의 경우 스피커와는 달리 구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ㅡ사실 스피커에서조차 댐핑팩터는 구동이 아닌 '감쇄'에 도움을 주는 특성이다ㅡ출력저항으로 인한 성능저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헤드폰에서 국제 표준은 120옴 소스 임피던스이므로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지나치게 낮으면 제조사가 의도하지 않은 밸런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출력저항 아답터 없이 직결하여 HD650으로 무손실 음원을 들어본다. 그저 하이파이를 넘어서 하이엔드라는 느낌이다. 저역은 단단하고, 중역은 풍성하고, 고역은 청명하게 쭉쭉 뻗어준다. 고역은 다소 지나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여성 보컬을 즐겨 듣는 내게는 제격이다. 누가 HD650이 'muddy'한 사운드라 했는가 싶다. 여기에 수십~100옴 가량의 출력저항을 연결하면 임피던스 곡선 패턴은 그대로인채 저역이 더 강조되면서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쪽이 중후한 소리로 느껴져 취향에 맞을 수 있다.

어쨌든 지금 세팅에서 HD650은 발군의 고역을 들려준다. 특유의 저역은 여전히 살아 있다. 훌륭한 밸런스다. 회로 구성, 전원부, 피드백 등 음색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수없이 많지만 앰프를 만들고도 마지막 저항 하나에도 이렇게 자기 취향에 맞게 튜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게 아날로그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추가사항: 2012. 8. 29. 구형파(square wave) 테스트 및 Troubleshooting을 실시하여, HD650의 고역이 부스트되는 현상을 수정하였다. 음색에는 참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준다.)

만들어 놓고 보니 리니어 정전압 구성의 Class A 소출력 파워앰프라... 그렇다. 헤드폰에는 완벽한 오버킬ㅡoverkillㅡ이다. 자작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괴물같은 물건이다. 이런게 자작하는 재미이긴 하다.

by ryan | 2012/07/22 04:19 | 線 - HOBBY | 트랙백(1) | 핑백(6)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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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오옴 at 2012/07/27 09:38
아주 오랜만에 작품을 만드셨네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Commented by ryan at 2012/07/28 04:17
고오옴// 감사합니다. 요새 다시 재미를 붙여서 말이죠.. ^ㅅ^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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