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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어떤 산업이든 생산에 드는 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변비용과 고정비용. 자동차 회사를 예로 들자. 아주 단순화시켜보면, 자동차를 만드려면 공장터를 확보해 건물을 지어야 하고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며 기계설비를 도입하고 원자재를 들여와야 한다. 공장이 서 있는 토지의 매입 또는 임대비용와 공장건설비용, 기계설비를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 등은 대개 고정비용에 들어가며 노동비용, 원자재 비용 등은 가변비용으로 분류된다. 하루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500대를 만들다 800대를 더 만든다고 공장임대료(혹은 매입의 기회비용)가 더 들어가는건 아니다. (물론 아주 단순화시켰을 경우.) 반면 일반적인 경우, 라인에 투입될 노동자는 더 고용해야 하며 원자재 투입도 늘려야만 한다.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는 생산량을 늘릴 수록 재화 단위당 생산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생산량이 늘어날 수록 가변비용은 함께 늘어나지만, 고정비용은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생산량이 늘어날 수록 재화 단위당 분산되는 고정비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가변비용에서도 원자재 구매 등에 있어서도 구매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원재자의 단위 구매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라는 것이다. 한편, 산업마다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의 비중은 다르게 나타난다. 설비를 위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의 경우는 고정비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노동집약적인 의류나 광업 등의 경우엔 가변비용이 주가 되는 것이다. 기술이 진보하고 생산이 자동화되면서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때문에 기술력도 중요하겠지만 자본 규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기호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의 설비 경쟁이 가능하려면 자본규모가 클 수록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생산기지의 측면에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별성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엔 국적이 있지만, 자본엔 국적이 없기 때문이다. ![]() 반면, 영화산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생산규모가 커질 수록 평균비용 역시 선형적으로 커지는ㅡ물론 여기에서 고정비에서의 지렛대(leverage) 효과 등을 빼야겠지만ㅡ제조업과는 달리,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필름 10롤을 생산하는 비용과 100롤을 생산하는 비용의 차이는 그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핵심재화는 필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컨텐츠이며, 엄밀히 말해서 '생산'이 아닌 '복제'이기 때문이다. 마케팅비용을 제외하면ㅡ앞에서 제조업을 설명하면서도 그쪽은 생략했다ㅡ사실상 극단적으로 고정비(영화제작비)가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의 혜택은 훨씬 크게 나타나게 된다. 며칠전 정부가 한미투자협정(BIT)을 위해 스크린쿼터의 의무상영일수를 반으로 줄이면서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쿼터사수'의 목소리가 주였던 5년 전과는 달리, 여론의 대세는 '축소 환영'인 것 같다. 대부분 외제차를 몰고 해외명품을 입으며 쿼터축소 반대를 외치는 영화인에 대한 질시나 반감, 또는 조폭영화나 양산하는 영화계에 대한 실망이 표출된거라 생각한다. 또, 극장업계에서 독점이 심화되면서 관객선택권이 무시당한데서 오는 항의도 많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도 극장의 상업성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스타들에 대한 반대는 대개 논리 없는 감정적 비방이라고 판단하기에 외제차나 외제명품을 문화산업과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말로 간단히 맺기로 하고, 조폭영화와 '작품성 있는 영화', 즉 작품의 질과 관객선택권의 미래에 대해서만 경제원리의 측면에서 논해보려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 영화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영화의 유통 단계만을 보기 위해 영화제작비를 고정비로 보면 이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배급망을 가지고 있는 헐리우드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타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의 경제'를 만끽하며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관객들은 외국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영화가 있어도 이젠 버릇이 되어 자막을 견뎌낼 수 없다나..) 별다른 배급망을 가지고 있지 못한 타국 영화는 헐리우드와 비교가 되지 못한다. 이런 격차는 산업의 특성상 영화제작의 규모가 커질 수록 다른 산업보다 훨씬 더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제작비(=배급단계에 있어서는 고정비)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 인디영화감독이던 한 친구는 거의 다 '밥값'으로 나간다고 하더라. 스탭들 인건비와 유지비가 거의 다라는 이야기다. 일종의 가변비용이다. 한편, 이러한 가변비용이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적으로 영화제작의 규모가 커질 수록 작아지는데, 이는 스케일이 커질 수록 물량공세에 들어가는 고정비가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위당 노동비용이 늘어날 때 가장 타격을 받는건 인디영화, 한국영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순일 수 밖에 없다. 한편 '네트워크의 효율성 가설'이라는게 있다. 네트워크의 효율성은 승수 곱하기 그 크기의 제곱에 비례해 좋아진다는 것인데, 영화제작의 노동시장을 자유시장으로 가정하여 이를 응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인맥과 도제시스템으로 얽힌 복잡한 곳이다.) 이 경우, 같은 조건에서 시장이 크면 더 많은 구성원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협상상대를 찾을 확률은 늘고 그 비용은 줄어든다. 또한 단위 구성원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악의적인 참여자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여기서 발생되는 비용 역시 감소한다. 상업적인 쓰레기 조폭영화라도 제작편수가 늘어난다면 영화제작인력의 노동시장의 크기는 커지게 된다. 노동시장이 크다는 것은 참여자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동네 구멍가게보다는 시장이 더 싼 법이다. 인력의 독점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어진다. 여기서 임금수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임금수준이야 수요초과면 올라가고 공급초과면 떨어질 뿐이다. 시장의 효율성은 이러한 시장 매커니즘이 '제대로' 기능하냐의 문제인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효율적인 결정자는 시장이다. 적어도 사람이 없어서 적정 시장가보다 더 많이 주고 사람을 쓰거나 시장이 작아 제 임금을 못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시장이 제대로 기능해야 모두의 행복(효용)이 극대화된다. 그리고 앞에서 설명했듯, 노동시장의 왜곡이 줄어들고 효율성이 제고되었을 때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인건비(=가변비용)의 비중이 높은 소위 '예술영화' 혹은 '규모는 작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가 될 것 것이다. 때문에 '조폭영화' 혹은 '작품성 있는 영화' 운운하며 스크린쿼터 축소를 환영하는 입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스크린쿼터는 '전체 파이의 크기'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파이 조각의 개수'를 결정하는 규정이 아니다. 파이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갑자기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게 파이를 나눠먹게 될거라는 발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크린쿼터는 스크린쿼터고, 다양성을 위한 정책은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스크린쿼터는 그대로 유지하고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모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스크린쿼터는 우리 영화가 한창 죽을 쑬때 나온 정책이었다. 파이를 키우는게 절대명제였던 그 시절에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리가 없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뜨기 시작한 30대 감독들을 기반으로 한국영화가 중흥을 맞게 된건 스크린쿼터 덕에 시장의 규모가 최소한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자국영화 비중이 3% 이하고 한 해 제작되는 편수가 100편 이하인 상황에서는 확률적으로 좋은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영화 산업은 소위 말하는 '대박산업'이다.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1/4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대박이 나올 확률은 더 낮을 것이다. 때문에 대박을 치더라도 전체적인 손익을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90년대에 한창 일본기업들이 헐리우드의 영화사들을 사들였다가 실패하고 떠난 적이 있었다. (소니픽쳐스가 그 생존자였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정된 경영을 원했던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이런 산업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자신들의 경영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몇년 점유율 50%, 60% 넘었으니 필요없다는 주장에는 영화산업의 이러한 도박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이래도 내년, 혹은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잘나간건 보통 3년, 아무리 길게 봐줘도 5년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다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물론 우리 경제를 위해 BIT 체결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행유지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면 최대한 적게 줄이려는 노력이라도 있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정말 아쉬운 결정이었다. 이미 스크린쿼터 축소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발표가 난지 며칠이 지나도록 여론에서 이렇다할 반대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계의 반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게 확실해보이고 앞으로 뒤집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작품성 있는' 인디영화인들의 처지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며, 극장에서 가장 먼저 내려지는 것들도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 공급과잉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스테프들의 처우도 개선되기 힘들어질 거라 예상된다. 저질의 국산상업영화가 차지하던 자리는 헐리우드 영화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엔 '스튜어트리틀'같은 쓰레기도 묻어 들어오겠지.) 경쟁은 촉진되겠지만, 산업 특성상 애초에 막강한 내수시장을 업은 헐리우드와 공정한 경쟁은 힘들 것이다. 단지, 여기서라도 더 이상 축소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거친 생각을 미처 다듬지도 못한채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이제라도 쿼터는 가능한한 지켜나가면서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예술영화계는 '애초 스크린쿼터의 수혜자가 아니었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쿼터가 축소된다면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질거라며 의무상영일 축소는 반대하며, 다양성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래도 할인카드로 영화보며 '작품성' 운운하는 관객들과 현장의 그들은 시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여담이지만, J대 영화학과에 다니는 내 동생은 완전폐지론자인 반면,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유지론자다. 아이러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계라고 다 같은 영화계는 아닌가보다. 마지막으로 본문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부담없이 지적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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