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TPA6120은 정말 놀라운 칩이다. 처음부터 하이파이 헤드폰 앰프용으로 개발된 이 최신 칩은 일반적인 오피앰프와는 달리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current-feedback으로 구동된다. 그 결과 600Ω 부하에서 80mW를 출력할 경우 0.00014%라는 놀랍도록 낮은 왜율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저임피던스에서 Jung버퍼에 버금갈 정도로 파워풀한 구동력을 발휘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를 들려주기도 한다.

더구나 일반적인 오피앰프나 버퍼들은 입력이 커지면 알아서 클리핑되어 출력되겠지만, 이 녀석은 그냥 그대로 헤드폰으로 모두 출력해준다. 이 때문에 만들면서 실수를 하면 순식간에 헤드폰 유닛이 날라가게 된다. slew rate도 무려 1300V/us나 된다. (오피앰프들은 보통 수~수십V/us에 불과하다.) A급 동작영역도 칩앰프로는 꽤 높아 +-13V가 넘어가면 방열판 등 발열대책이 필요할 정도이다. 내가 이 녀석을 '괴물칩'이라고 부르는 이유들이다.

SKEL6120은 SKEL93님을 비롯한 HAS의 여러 자작인들이 '비밀리'에 TPA6120를 테마로 시험 제작한 앰프이다. 사실 TPA6120은 smd 부품이기도 하고 사용법도 조금 까다로와 의외로 유명세에 비해 해외 포럼들에서는 실제 앰프로 제작된 일이 매우 드물다. 그런 상황에 TPA6120을 이용한 앰프가 한국의 HAS에서 나와 성공적으로 공구까지 마쳤다는 사실은 국내 헤드폰앰프 DIY 커뮤니티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 앰프가 나오기 전에 나도 조용히 TPA6120을 이용한 앰프를 계획하고 있었다. 내 경우엔 말 많은 그라운드채널을 시험해볼 생각으로 가상접지에 그라운드채널을 채용하는 디자인을 구상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멋진 전원부와 기판으로 SKEL6120이 나온 것이다. 왠지 전의상실에 이 녀석의 공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신 이전 프로젝트는 조금ㅡ실은 많이ㅡ변형되어 조만간 소개할 H2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되었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기판을 반으로 나누면 왼쪽은 전원부, 오른쪽은 신호부이다.

헤드폰잭과 RCA잭은 모두 뉴트릭의 제품이 사용되었다. 볼륨은 원래 알프스의 블루벨벳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전에 다른 사이트 공제로 보유하고 있던 토코스의 RV24YG를 넣어보았다. 고급볼륨으로 명성이 높은 블루벨벳의 오차율이 20% 이하인데 비해 RV24G는 10% 이하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한다.

고맙게도 부품공구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실제 사용된 부품은 취향이나 나름의 재고부품처리 등의 이유로 공구팩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증폭단에는 AD8610 한쌍이, 버퍼단에는 당연히 TPA6120이 들어갔다. 바이패스에 사용된 전해캡은 파나소닉의 초저임피던스 FM시리즈와 Marcon의 붉은 오스콘 한쌍이다. 필름캡은 비마 FKP와 BC MKP416이 사용되었다. 발진방지용으로는 Cornell-Dubulier의 실버마이카가, 저항은 데일, ITT카본, Beyschlag 등이 사용되었다. 중요한 트랜스로는 전체 몰딩 이외에는 일반적인 트로이달 트랜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단지 뽀대 때문에 많은 자작인들에게 사랑받는 Amveco(15-0-15/25VA)가 채용되었다. 선재는 LAT 단심선과 Canare GS-6가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부품들이 나름대로 exotic한 파트들로 채워졌지만, 사실 이는 케이스비용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삽질(!)이고, 이 앰프는 우수한 회로 그 자체로도 빛을 발한다. 언뜻 회로도를 보면 꽤 복잡해보이지만, 실은 증폭단에서 오피앰프를 closed-loop로 증폭하고 버퍼단에서 TPA6120을 반전증폭하는 매우 단순한 구조의 신호부일 뿐이다. 단순한만큼 소자 하나하나의 선택이 꽤나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TPA6120은 신경 쓸 부분들이 여러 부분 있으므로 이 녀석을 사용할 경우엔 꼭 데이터시트를 꼼꼼하게 읽기를 권한다.)

전원부는 트랜스의 교류를 브릿지다이오드 한쌍으로 전파정류하여 평활캡을 거치고 마주보는 가변 레귤레이터 한쌍으로 정전압을 만들어 양전원을 공급하는 구조이다. 모두 오피앰프 기반의 헤드폰앰프에는 흘러 넘칠 정도의 스펙으로 구성되었다.


뒷 패널은 휴즈홀더 일체형인 AC Inlet과 RCA잭의 간결한 구성이다.

 
이 케이스의 앞 패널은 공구자이신 OZ님의 세심한 배려로 이름 그대로 '해골'이 들어간 버전과 문자로만 된 버전의 두 가지로 진행되었는데, 사진과 같이 문자로만 된 버전의 디자인은 내가 했다. 그냥 깔끔심플한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저렇게 나왔다. ㅡㅗㅡa
 
한편 케이스가 통알루미늄이다보니 공구라고는 해도 일반적인 케이스에 비해 비용이 상당히 들어갔다. 하지만, 존재감과 만족감은 비교가 안된다. 더구나 사진의 노브도 원래는 알루미늄인 것을 공구를 위해 검정 아노다이징하도록 특주한 것이라.. (시중에선 못구한다.)


리하자면, SKEL6120은 오피앰프 기반의 DIY 헤드폰 앰프에서는 최고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는 녀석이다. 앰프마다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게 중요한 것이겠지만 최신칩이 채용된 만큼 수치상의 절대적 스펙만을 놓고 보면 PPA나 M^3등의 유명앰프를 훨씬 상회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은 스펙으로 듣는게 아니기 때문에ㅡ그럼 진공관 매니아들은 바보인가?ㅡ음악을 들을땐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율은 5%도 구분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한다. 0.00014%가 어쨌단 것인가? 우리가 음악을 들을때 실용적으로 필요한 slew rate은 2V/us 정도라는데, 1400V/us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DIYer에겐 때론 이런 쓸데없는게 중요해질 때도 있다. 얼마전 디스커버리의 다큐에서 '오토바이에 왜 제트엔진을 달려고 하시죠?' '달 수 있으니까요.'라는 대화를 보고 터무니없게도 공감해버린 적이 있다. 바이크에 제트엔진을 달 수 있다면 한번 달아보고도 싶고, 포켓사이즈로 만들 수 있다면 만들어보고 싶은게 당연한거 아닌가? 그게 내가 SKEL6120에 열광하는 이유인 것 같다. 원래 남자는 바보다. ^ㅅ^a

by ryan | 2006/01/22 16:44 | 線 - HOBBY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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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xtraD at 2006/01/22 19:25
기판에 붙어있는 작은 고양이(?)는 잡음을 줄여주는 부적과 같은 존재인가요?
...
아! 정말 멋지네요. 완전 프로의 작품으로 보입니다.
ryan님께서 보시기엔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한 앰프들 중 어느게 돈값하고 괜찮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ryan at 2006/01/22 19:38
감사합니다. 부적은 부적인데 헤드폰을 손상하는 DC offset을 막아주는 부적입니다. 좀 유치하죠.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ㅅ^

질문은 예산이 정해지지 않으면 정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하지만, 노트북 소스에 저렴하게 595에 물리실거라면 닥터헤드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선 뭐가 구하기 쉬운지 모르겠네요. ^ㅅ^a
Commented by exdes at 2006/01/23 04:50
마지막 사진.... 패밀리가이 dvd의 압박이군요. -_-a
Commented by zhdn at 2006/01/23 08:46
"원래 남자는 바보다. ^ㅅ^a "
이멘트에왜저는....
"남자의 로망이다!!!"
라고외치고싶은걸까요=)?
Commented by skel93 at 2006/01/23 13:59
입력 필터관련해서 시간적 혹은 수정이후 비교하실 여유가 있으시면, 다음과 같은 곳을 손봐보세요.

가지고 계신 '회로도' 기준으로,
R1,R10 : 47 K -> 100K
R2 .R12: 2.2K -> 100
C1,C6 : 220pF -> 100pF
R3,R11 : 2.2K -> 직결 (점퍼사용 혹은 0옴 저항 사용)

한번해보세요. 그럼 즐음즐자작~
Commented by ryan at 2006/01/23 15:36
exdes// 크흐.. 아직 안봤다고 삐지기 없습니다.
zhdn// 로망 맞습니다! 남자의 로망, 로망~ ^ㅅ^
skel93// 튜닝 노하우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진공관 사러 용산 들를때 저항도 몇개 사야겠네요. ^ㅅ^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3 19:19
크 멋진앰프군요 :)

약간 의문점이 안드는건 아닌데 뭐 개성이겠지요 ^^
Commented by ryan at 2006/01/23 19:37
아마도 의문점이 TPA6120 주위의 배치인가요? 저도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다행히도 잘 굴러가네요. 기판 뒷면에 모놀로딕캡을 핀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주기는 했지만 저항경로의 길이는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서 Rout을 조금 늘리기도 했구요. ^ㅅ^a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3 23:48
아 그 항목은 아닙니다 :) 별 생각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_-;

그건 그렇고 해외에서 국내처럼 완제공구가 안 이뤄지는것은 수준이 짜쳐서가 아니라 비승인규격전원을 쓰는게 용납되지않는 그런 부분으로 이해해야하지 않을까요? 사실 국내 오디오공제계의 현실을 보면 참 암담하지요. 나중에 혹시라도 만에하나 문제생기면 누가 책임질련지는 며느리도 모를려나?
Commented by ryan at 2006/01/24 00:09
아, 하스에서 했던것이나 제가 언급한건 완제공구가 아닙니다. 기판공구, 부품공구, 케이스공구 모두 다른 분들이 독립적으로 해주셨구요, 제작은 각자 알아서 해야죠. 만드는게 재미니까요. 해외에선 개인차원에서도 TPA6120을 아직 잘 안쓰더라구요. 변환기판을 이용하거나 p2p로까지 시도해보는 국내 DIY들과는 달리 smd라 그렇다는 반응이 주류더군요. (젓가락..인가요?) ^ㅅ^a

헤드폰앰프 관련해 해외에서 가장 큰 포럼이라면 head-fi DIY포럼인데요, 국내처럼 봉사차원의 공구가 아니라 상업적인 공구가 판을 칩니다.. 물론 그쪽도 완제공구는 아니고 DIYer들을 위한 주로 기판공구죠. 다만 DIYer 입장에서 보면 철저하게 상업적인 동기가 많더군요. 아마추어리즘도 살아있고 서로 돕는 분위기인 국내 DIY 커뮤니티가 더 좋은 이유이기도 하구요. ^ㅅ^
Commented by ryan at 2006/01/24 00:40
아, 제가 본문에 '공제'라고 써서 오해를 불렀군요. '공구'로 수정합니다.. 죄송합니다. ^ㅅ^;;;;;;;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4 01:02
혹시나 불나면 트랜스 공구하셨던 분이 뒤집어쓰시는건가요? ㅎㅎ (농담이며, 물론 그럴리는 없겠습니다만.) 아마추어리즘이 좋긴 하던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회로난도질하는건 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싶기도 합니다. 아마추어니까로 넘어가는건 좀 글쎄요. (아 ryan님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혹 오해살까봐)

6120은 데이터시트보면 몇가지 중요한(정말 중요할련지?) 측정그래프는 제시를 안하고있어서 묘한 의문을 가지게 하더군요. 뭐 이번에 제작되는 앰프에도 추가할 예정이긴 합니다만 -_-a
Commented by ryan at 2006/01/24 01:53
그런 경우엔 트랜스 제조사에서 책임져야겠죠. 한편, 하스에선 수익성 공구가 일절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두 원가 기준으로 진행되며, 공구하시는 분의 수고는 산정되지 않는 시스템이에요. (오히려 조금씩 자비를 쓰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 좀 아껴보려고 하는 오디오파일적인 공제가 아닌 자작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껴보려는 DIYer들의 공제니만큼 제작이나 회로에 대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해야겠죠.. ^ㅅ^a

그리고 오해하는건 아닙니다만, 제가 말한 아마추어리즘은 자작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공동체적인 분위기를 말하는거지 대충대충 넘어가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나 아마추어라면 '야매스런' 완제품 공제는 하지 말아야죠. 사실 뭐가 됐든 DIY의 본질은 아마추어리즘 아니겠습니까? 혹시라도 저 때문에 괜한 분들께 누를 끼칠까봐 쓸데없는 사족 붙여봅니다. ^ㅅ^;;
Commented by strin at 2006/01/24 02:33
서로 비꼬지 않고 그냥 재밌게 놀면 그만 아닌가요. 너무 유치한가^^ 저라면 사람들 사이의 잡음을 듣느니 못만든 앰프의 험을 듣고 말겠습니다. 항상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하고 조용하게 또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주위 사람들도 자신도 만족할 날이 오겠죠.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4 09:17
제 리플로 기분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하긴 저같은 초보로서는 오디오관련주제로 글 적을바에는 콜옵한번 더해서 기술연마한후 여러명 관광보내는게 훨 났긴 하더군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_-a
Commented by ryan at 2006/01/24 16:48
strin// 그럼요, 취미는 재미가 가장 우선이죠. 재미로 배우는게 가장 무서운거 아니겠습니까? 항상 strin님께는 단순지식 이외에도 많은걸 배우는 느낌입니다. ^ㅅ^

살살// 기분이 나쁘긴요. 그냥 거리를 좁히려 쓸데없는 소리를 해봤을 뿐입니다. 그리고 살살님이 초보라고 하시면 전 어떻합니까.. ^ㅅ^;; 항상 살살님의 포스팅, 재밋게 읽고 있습니다. ^ㅅ^
Commented by skel93 at 2006/01/24 21:14
살살님은 국내 해드폰 관련 커뮤니티 1세대 아니시던가요? 경험 뿐만아니라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계셔서 아마 직접 만들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즐자작 및 감상하시는 것 같습니다. 서로 기분나쁠상황은 아닌듯싶습니다.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6 01:44
혹시 다른분과 혼동하신거 아니십니까? 저야 이제 갖 입문한 야매스런 초보인지라.
Commented by strin at 2006/01/26 14:29
전자공학을 전공했음에도 데이터시트에 제공한 수치만을 이해하기도 버거운데요. 그 이상을 읽는 분께서 야매에 초보라니 말이됩니까. 제가 대학 다니면서 버린 8년여의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의 의미를 한방에 날려주십니다. 흑흑... 지나친 겸손은 저같은 능력없는 사람들의 자살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로얄 블러드를 갖고 태어나신 분들만이 접할 수 있는 예술의 경지는 저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 같으니 포기하고, 공돌스럽게 수치만을 따져(그것도 자신이 없네요;;) 끄적끄적 레이아웃이나 한번 해봐야 겠네요. 동작이나 제대로 할라나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살살 at 2006/01/26 23:52
야매가 괜히 야매겠습니까? 저같은 초보는 여기서 뺨맞고 저기서 조인트까이고 하는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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