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헤드폰의 3대 브랜드라고 한다면 Sennheiser, BeyerdynamicUltrasone을 들을 수 있다. 젠하이저는 별로 설명이 필요없는 전통의 명가라 할 수 있고, 울트라존은 비교적 신생브랜드로 패기있게 약진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한편 베이어다이내믹은 음감용 뿐만 아니라 모니터용, 컨퍼런스용 등 다양한 용도의 헤드폰, 마이크, 레코딩 장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1924년에 설립된 가족소유ㅡ상당히 자부심을 느끼는듯ㅡ의 전문기업이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몇몇 헤드폰들을 '4대 레퍼런스'라고 부르며 최고로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중 베이어의 하이파이 모델 중 플래그쉽이었던 DT 880이 들어 있었다. (나머지는 젠하이저의 HD600/650, 소니의 CD3000, Grado의 RS-1이다.) 지금은 이 헤드폰들을 능가하는 성능의 헤드폰들도 많이 나왔지만, DT 880은 여전히 레퍼런스급으로 손색없는 성능을 내어주는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다이내믹의 레퍼런스급 음감라인에는 오픈형인 DT 990, 세미오픈형인 DT 880, 밀폐형인 DT 770이 있는데 이 중 DT 880이 플래그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베이어는 레퍼런스 모델들에 대한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다 새로 나온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아서 기존모델을 민트급 중고로 구한게 사진의 녀석이다. (새로 나온 디자인은 정말 맘에 안든다.) 반면, 최근 단행된 리뉴얼에서는 DT880을 제치고 DT990이 플래그쉽이라 하니 베이어가 오픈형에서 뭔가 찾아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름 순서와 맞추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지도.. ^ㅅ^a

한편, K501과 마찬가지로 매우 착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한(!) 알루미늄 케이스에 들어 있는데, 솔직히 이런게 필요한지 의문이다.(라고 쓰고 좋아하고 있다고 읽는다.) 새로 나온 DT880은 여러 옵션을 조합하는 개인주문이 가능한데, 기존 모델은 한가지 모델로만 나온다. 단 케이블이 코일형과 직선형의 두 가지로 나오는데, 코일형이 음질에는 좋을지 몰라도 대부분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대개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연장케이블을 사용해버리기 때문에 편안해야할 음감용으로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사진은 스톡 그대로의 직선형 모델이다. 여담이지만, 플래시로 제작된 신모델의 개인화 시뮬을 몇번 해봤는데, 대부분 압박스러운 조합만 나와 실망이었다. 그나마 국내에 들어올 때엔 기본모델만 풀리겠지만..

하우징은 견고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소재인데,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알루미늄 부분은 눌리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이거 눌리면 가슴 아플 것 같다.) 이런 재질은 DT 880의 빠르고 정확한 음 재생에 기여한다. 하우징의 크기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매우 멋진 편이다. ^ㅅ^

연회색의 벨벳패드는 장시간 착용시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기존모델과 신모델의 패드는 서로 호환되기 때문에 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좀 더 비싼 인조가죽과 천연가죽패드도 판매하는데, 오히려 착용감에는 가장 싼 벨벳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죽재질의 헤드밴드 역시 머리를 누르는 느낌도 강하지 않고 편안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DT 880의 음색은 고역의 개방감과 깨끗한 중음, 풍부하지만 단단한 저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K501과 비교시엔 다소 못하지만 꽤 시원하게 뻗는 고음을 내주면서 K501의 약점인 저음에는 상당히 강점이 있다. 하지만 결코 과장된 저음은 아니며 절제된 단단한 저음의 느낌이다. HD650과 비교해보면 웅장함은 떨어지지만 HD650 특유의 레이드백한 느낌과는 달리 음이 깨끗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음의 성향은 착색이 없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개성이 강한 녀석들이 귀에 익은 상태에서 이 녀석을 들으면 처음 20분은 심심해 죽을 맛이라고나 할까.. ^ㅅ^a;;

하지만, 이런 특성은 올라운드적인 장점을 더해줘 편안한 착용감과 시너지를 일으켜 자신도 모르게 헤드폰을 잊고 음악에 몰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장르도 특히 탁월한 것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가리는 것도 없어서 재즈, 국악, 클래식, 가요, 일렉트로니카 등을 두루 소화해낸다. 하지만 역시 힙합이나 메탈엔 조금 심심한 감이 있다. (그럴땐 Grado로~) 이 녀석의 또 다른 장점은 헤드폰으로는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징인데 이런 이유로 Corda앰프로 유명한 헤드폰계의 고수 Meier씨가 가장 선호하는 헤드폰이기도 하다. 다른 헤드폰에 비해 악기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 녀석은 250Ω의 고임피던스에 96db이란 낮은 음압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앰프 없이 구동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스와 앰프의 매칭에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하며, 역시 거치형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녀석을 들이고 한동안 이런저런 앰프나 소스와 매칭해보았는데, 앰프만 튼실하다면 포터블도 상관은없지만 역시 거치형 소스가 권장된다. 앰프는 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 앰프에서 재미있는 소리가 났다는 느낌이지만 게인만 충분하다면 앰프를 크게 가린다는 인상은 받지 못하였다. 참고로 임피던스가 높은 편인만큼 진공관 앰프와의 궁합이 매우 좋았다는 평도 있다.

AKG와 마찬가지로 베이어다이내믹의 헤드폰들 역시 가격이 착한 편이며, DT880의 가격대성능비는 현존 레퍼런스 헤드폰들 중에서 가장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한 가격과 함께 올라운드 성향이니만큼 레퍼런스 입문에 추천할만한 기종이라고 생각한다.

by ryan | 2006/01/06 15:56 | 線 - HOBBY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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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aper Street.. at 2006/01/26 00:32

제목 : beyerdynamic DT 880 + Musume
전에 Otakubeam Headphone Illustrations 포스트로 소개해드린 바 있는 オタクビ-ム(otakubeam)님께서 고맙게도 제 헤드폰인 DT880의 일러스트를 그려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구형입니다. 구형이 더 이뻐요. ^ㅅ^a) 아.. 저 DT880을 쓰고 있는 처자(?)를 보세요. 모나리자를 압박하는 신비스런 미소를 뿌리고 있지 않습니까? #ㅅ# 앞으로 더 많은 헤드폰......more

Commented by zhdn at 2006/01/06 20:30
호오
케이스가+_+;;뭔가땡겨주믄군요 =)
흐음
이게 말씀하시던 올라운드녀석중에하나인가보네요=)
가격이착하다라+_+;;
어느정도+_+;;;?될라나요;;;?
Commented by 로리 at 2006/01/06 21:06
DT880은 그 케이스와 만듬세가 예술이었죠. 겨울에 매우 따뜻해 보이더군요.... 밸런스 잡힌 음을 보여주는 기계이죠
Commented by ryan at 2006/01/06 21:15
zhdn // 신품은 서른다섯, 중고는 스물둘셋 정도입니다. ^ㅅ^a
로리 // 만듬새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HD650 또는 SR325만 장만하면 대충 트리오 완성입니다. (가격 안착한 녀석들..) ^ㅅ^
Commented by ontoj at 2006/01/06 21:34
으아. 이런거 비싸죠? 여기서 말한 착한 가격이란 ?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ryan at 2006/01/06 21:59
다른 레퍼런스폰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착한거지 절대적으론 여전히 부담되는 가격이죠.. ^ㅅ^;;
Commented by zzion at 2006/01/07 00:45
베이어~ 한창 헤드폰 이어폰 모을때 저녀석도 사고싶었지만,, 역시나 가격이 ^^*
전 DTX 씨리즈로 만족해야만 했지요 ㅠ,,, 3.5차원 타고 들어왔다가 남기구 가요 ^^*; (마티오님 블로그;)
Commented by ryan at 2006/01/07 12:24
DTX도 가격대성능비가 좋은 모델이지요. 2배 성능 좋은 것을 마련하려면 8배의 돈이 든다는 '오디오의 법칙'도 있는걸 보면 가격차이가 그대로 성능차이로 연결되는건 아닌 것 같아요. ^ㅅ^
Commented by HEAD at 2006/01/14 09:45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헤드폰 4천왕을 이야기할 때는 K-501 이 아니라 RS-1 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ryan at 2006/01/14 12:35
그렇군요. 오래된 이야기고 또 누가 정한게 아니라 돌고도는 이야기라 k501을 넣은 사람들도 있더군요. 반영하겠습니다. ^ㅅ^
Commented by 김창환 at 2007/03/05 23:39
발음은 베이어아니라 바이어 입니다 ^^
Commented by ryan at 2007/03/05 23:41
폭스바겐이냐 복스웨건이냐의 차이인가요..
Commented by 김창환 at 2007/03/05 23:58
전 재독교포이라서 한국말 잘 못 하지만, 설명해볼게요.
폭스바겐은 독일발음이고 복스웨건은 영어발음이에요.
그렇지만 Bayer랑 Beyer는 발음 차이가 없습니다.
저도 어제 DT 880을 샀어요. 음질이 괜찮네요. ^^
Commented by ryan at 2007/03/06 00:17
보통의 미국식 발음이라면 '베이어'에 가깝습니다. 저도 그렇고 교포인 룸메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네요. 뭐, 발음이 중요한건 아니겠죠. 어차피 동네마다 다른거니까.. 양키 영어밖에 모르는 절 용서하세요..

dt880 맘에 들죠. 저도 항상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30분 이상은 듣다가 기절한답니다. 첨엔 심심한가 싶었는데 다른 녀석들 내보내니 딱 무난하더라구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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